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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일기3 : 1박 2일, 쉼표 같은 가족 여행 - 양평 쉬자파크에서

자유로운인생일기 2025. 7. 4. 05:37

🌿 1박 2일, 쉼표 같은 가족 여행

 

 
— 아무 일도 없었기에 더 깊고 따뜻했던 하루
 
모처럼 주말을 맞이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큰아들 부부와 4살 손자와 함께 힐링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양평 쉬자파크 안에 가장 깊숙히 자리한 '초가원'.
특별한 여행 계획도 없이, 아주 조용한 힐링여행
단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잠시 멈추고 쉬어가자는 마음 하나로
우리의 여행 목적에 가장 적합한 양평 쉬자파크를 가게 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이 품어주는 조용한 깊고 깊은 숲속으로 들어서자
마치 오랜 옛친구를 만난 듯,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상쾌했다.
초가지붕 아래로 드리운 조용한 그늘,
풀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산속 가장 높은 곳 가장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아주 조그만 집 한 채.
그곳은 우리가 오늘 머물기 위해 마련된 ‘쉼표’ 같은 곳이었다.

 

 

👣 아내와 나란히 걷던, 맨발의 시간

 
간단한 짐을 풀고 우리 부부는 숲속으로 맨발걷기를 하러 나갔다.
잘 정비된 숲길 산책로를 따라 아내와 함께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였지만, 살랑살랑 부는 바람탓에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했다.
신발 하나 벗었을 뿐인데
발끝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나를 온갖 복잡함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주는 기분 좋은 가벼움을 느끼게 했다.
아내와는 오랜만에 손을 맞잡았다.
복잡하게 살던 일상속에서는 놓치고 살았던 손.
아무 말이 없이도 충분했던 그 맨발산책은
우리가 평생을 함께 힘들게 걸어온 옛 기억들을 하나씩 하나씩 떠올리게 했다.
삶의 피곤함은 그렇게 흙 속으로 스며들 듯 천천히 사라져갔다.

 

🐠 물고기 바다를 만든 소중한 가족들

 
우리가 맨발걷기 산책을 즐기는 동안
아들 부부는 손자를 위한 특별한 놀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커다란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우고,
색색의 장난감 물고기들을 한가득 띄웠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손자를 위한 깜짝 선물이었다.
욕조는 어느새 바다가 되었다.
상어, 고래, 악어, 개복치, 거북이, 해마, 금붕어, 문어, 복어, 심지어 호랑이, 코끼리, 토끼 . . . 
없는게 없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손자 혼자만의 바다가 되어 버렸다.
4살 손자는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었다.
파도 대신 물장구가, 동해의 해돋이 대신 웃음소리가 가득한 바다.
두 팔을 휘저으며 물고기를 쫓는 손자의 모습은
그 어떤 바다보다 아름답고 생동감 있었다.
물이 튀고, 웃음이 번져 나갔다.
어린 손자의 기쁨과 아들 부부의 점점 더 젖어 가는 옷들. . .
욕조 안 바다세상이 
그날 하루를 반짝 반짝이게 만들었다.
 

🍖 숯불 위에서 익어 가는 이야기 그리고 대파의 행복

 
저녁이 되자 우리는 야외 테이블 숯불 바베큐장으로 모였다.
숯불 피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서툰 솜씨 탓에 자꾸만 꺼지는 불씨,
메케한 연기만 점점 더 퍼져 나가고
바베큐에는 전문가라고 큰 소리 치던 아들과 나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겨우 불을 붙이고, 고기가 지글지글 맛있게 익어 가고,
함께 올려 둔 대파도 노랗게 익기 시작했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피어 오르는 맛있는 숯불 향기.
숯불 위에 노릇하게 구워진 대파는 뜻밖의 별미였고,
손자는 뜨거운 고기 하나를 들고 연신 “맛있어 전짜로!”를 외쳤다.
시원한 캔맥주 한잔으로 브라보를 외치며,
연기 속에서 우리는 웃고, 나누고, 고요히 행복해졌다.
맛이 좋아서였을까, 함께 먹어서였을까.
세상 어떤 훌륭한 만찬 보다 더 맛있고 훌륭했다.

 

 

🌄 나 혼자만의 새벽, 아침 햇살을 걷다

 
이른 아침, 나는 혼자 데크길을 따라 산에 올랐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숲속 아침, 산새들의 즐거운 아침 인사.
그리고, 저 멀리 산능선을 넘어오는 따뜻한 여명.
그 순간은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천천히 스며드는 그 장면은
마치 세상이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았다.
어제의 피로가, 혹시 모를 다가올 미래의 불안들이
그 빛 속에서 하나씩 녹아 사라졌다.
침묵과 고요, 그리고 산새소리.
오늘 아침은 나에게 오래 오래 기억될 가장 온전한 평화였다.

 

🍚 따뜻한 아침 식사, 더 따뜻한 가족들

 
모두가 잠에서 깨어나 아침 조그만 식탁에 모였다.
국 한 그릇, 밥 한 그릇,
그리고 아침부터 웃으며 나누는 이야기.
손자는 어제 물고기 이야기를 또 꺼냈고,
아들은 어젯밤 숯불 바베큐파티 이야기를,
우리는 똑 같은 조용한 하루를 보내면서
각자 조금씩 다른 장면들을 가슴에 담았다.
그러나 그 모든 조각들이 모여
‘가족’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했다.

 

💛 아무 특별한 일도 없었기에, 더 소중했다

 
이번 힐링여행에서는
유명한 관광지도 없었고,
특별히 화려함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걷고, 편안히 쉬고, 함께 밥을 먹고, 즐겁게 웃었을 뿐.
그 쉼표 같은 여행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들여다보았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따뜻한 울타리를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가끔은 아무 특별한 일도 없는 하루가,
가장 많은 추억들을 남긴다.

그리고 그 하루가 쌓여, 우리가 된다.
 
 


🌾 깊고 깊은 숲속 초가원에서의 1박 2일 힐링여행은
우리 삶에 찍은 조용한 쉼표였다.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아름다운 쉼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또다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