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 공직 생활의 끝자락에서
은퇴는 막연하고 저 멀리있는 두렵기만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끝에 이렇게 고요하고 상쾌한 아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40여 년, 묵묵히 걸어온 공직생활.
그 시간 속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언제나 옆에서 말없이 응원해 준 아내 덕분이었다.
고된 하루 끝에도 "오늘도 수고했어요 당신이 최고예요" 한마디로 나를 다독여준 고마운 사람.
그녀는 나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였다.
또한 함께 땀 흘리며 일해 온 동료들,
묵묵히 자기 길을 걷던 후배들.
그들의 존재가 내 지난 날을 지탱해줬다.
감사한 마음이 이 조용한 산속보다 더 깊고 넓다.

🌇 바쁜 도시의 자식들, 조용한 산속의 아버지
산 중턱에 이르면
멀리 도심의 고층 건물들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 속 어딘가에서 내 자식들이 오늘도 땀 흘리며 살아가고 있다.
무더운 여름, 바쁜 도시, 치열한 삶.
“괜찮아요, 할만해요 아버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 씩씩한 목소리가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한다.
이제 아버지는 그저 조용히,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자식들 걱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 숲길의 한가로움에 묻히다
이 모든 번잡함을 뒤로하고
지금 나는 조용한 숲길을 걷는다.
새들의 노래가 귓가에 울리고,
은은한 흙냄새와 햇살이 몸을 감싼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마음의 먼지가 씻겨 나가는 것만 같다.
크지 않지만 안정적인 연금 덕분에
이런 소소한 사치를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어쩌면 은퇴란, 내려놓음이 아니라
‘되찾음’이라는 사실을 이 길에서 배운다.

🧒 밝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할일 없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수다소리
숲속 놀이터에선 유치원 아이들이
숲 체험을 나와 재잘재잘 뛰어논다.
나뭇잎 하나에도 놀라고,
다람쥐를 보며 “이거 진짜야?” 하고 감탄하는 그 모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이 숲의 햇살처럼 따사롭다.
숲속 정자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앉아 있다.
남편 이야기, 자식 자랑, 이웃 얘기로
수다는 끊이지 않는다.
한편으론 시끄럽지만, 또 한편으론 정겨운 이웃의 세상 살아가는 소리다.
그 웃음소리가 숲에 울려 퍼질 때면,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따사로운 장소처럼 느껴진다.

☀️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
덥고 치열한 바깥 세상과는 달리,
이 숲속은 언제나 상쾌하고 평화롭다.
서두를 필요도, 비교할 이유도 없다.
바람 따라 천천히 걷는 이 아침이,
어쩌면 내가 꿈꾸던 진짜 ‘삶’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다시 살아간다.
자연과 함께, 그리움과 감사하는 마음 속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나 자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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